하노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진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에서 이사를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대충 복덕방 가서 계약서 쓰고 살면 그만인 줄 알았다. 근데 베트남은 시작부터가 완전 딴판이었다. 노이바이 공항에 내려서 후끈한 공기를 마실 때만 해도 내가 여기서 '유령 인간' 취급을 받으며 한 달을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히 이름도 생소한 '땀쭈'라는 녀석이 내 정착 초기 꿈을 아주 처참하게 박살 낼 줄이야.처음 만난 집주인 아저씨는 인상이 참 좋았다. 금테 안경을 쓰고 서툰 영어로 "땀쭈는 내가 온라인으로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짐이나 풀라"며 환하게 웃는데, 그 미소에 홀딱 속아 아무 의심 없이 내 소중한 여권을 넘겨줬다. 그땐 그게 베트남식 서비스인 줄 알고 "땡큐"를 연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