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모든 것이 빨라야 했고, 깨끗해야 했으며, 정해진 규칙 안에서 움직여야 직성이 풀렸다. 식당에 가면 물티슈의 위생 상태를 먼저 체크했고, 길거리의 무질서한 오토바이 행렬을 보며 "이 나라는 대체 왜 이럴까"라는 오만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고수를 듬뿍 넣은 쌀국수를 목욕탕 의자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다. 단순히 입맛이 적응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 안의 단단했던 가치관이 베트남의 습한 공기에 녹아내려 흐물흐물해진 것이었다.고수 한 줄기에 담긴 타협의 역사고수 특유의 비누 향이 싫어 "No Rau Mùi(노 라우 무이)"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 한 줄기가 내 완벽한 식사를 망치는 침입자처럼 느껴졌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