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이제는 웬만한 행정 업무에는 이력이 났다고 자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비자도 직접 해결했고, 병원 이용이나 보험 문제도 나름의 시행착오 끝에 정리가 되었으니 '은행 계좌 만들기'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하노이 시내의 한 유명 은행 지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제가 마주한 현실은 또 한 번 저의 오만함을 깨뜨려 놓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사소했습니다. 현지에서 생활비 관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 현지 은행 계좌가 필요했고, 아내의 추천을 받아 가장 신뢰도가 높다는 대형 은행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계좌를 만들 때처럼 신분증 하나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에 여권만 달랑 챙겨 나섰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은행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30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