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내를 만나 베트남행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내 머릿속은 온통 핑크빛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는 유치한 대사가 내 삶의 모토가 될 줄 알았다. 하노이의 매연도, 낯선 언어도 아내의 미소 한 번이면 다 녹아내릴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공항 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마주한 하노이의 습한 공기는 내 낭만을 순식간에 현실의 눅눅함으로 바꿔놓았다. 사랑은 분명 위대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마주하는 베트남의 아침은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이었다.언어라는 장벽 앞에 무너진 로맨티시스트가장 먼저 나를 괴롭힌 건 침묵이었다.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내 짧은 베트남어와 아내의 서툰 한국어 사이에는 늘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속엔 수만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데, 정작 입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