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난간에 팔을 걸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로등 불빛 아래로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하노이의 도로는 완전히 잠들지 않은 모양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낮은 엔진 소리가 습한 공기를 타고 묵직하게 전해졌고,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불빛들은 안개에 번져 흐릿한 주황색 점들로 보였다. 나는 낮에 마시다 남은 캔커피의 미지근한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켰다. 입안에 남은 텁텁한 단맛이 오늘 하루의 피로와 뒤섞여 묘한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문득 발아래를 지나가는 오토바이 불빛 하나를 끝까지 쫓아가 봤다. 저 사람은 이 늦은 시간에 어디로 가는 걸까,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떤 얼굴로 일터를 향할까 하는 아무런 의미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