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하노이의 열기는 정점에 달해 있었다. 거실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거실 바닥 타일에 눅눅하게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예전 같으면 곧장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닫았겠지만, 오늘은 그냥 그 끈적임을 내버려 두었다. 선풍기 날개가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하얀 회벽 모서리에 아주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멈춰 서 있었다. 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흔들며 먹잇감을 노리는 그 모습이 이제는 징그럽지도, 신기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늘도 제 자리에 있구나' 하는 정도의 무덤덤한 확인뿐이었다.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병 표면에 금세 물방울이 맺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나는 수건을 가져와 닦는 대신 손가락으로 그 물방울을 훑어 내렸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