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9 3

베트남에서 몸이 아프니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던 밤

어젯밤에는 열이 좀 나더군요. 하노이의 습한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몸이 지친 건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약장 서랍을 뒤져봐도 죄다 베트남어로 쓰인 약들뿐이라, 이걸 먹어도 되나 싶어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냥 물 한 잔 마시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캄캄한 방 안에서 천장을 보고 누워 있으니, 참 신기하게도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났습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도 꼭 이렇게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먼저 고향으로 달려가네요.머리맡을 지켜주던 그 투박한 손길의 기억어릴 때 열이 나면 어머니는 꼭 수건을 찬물에 적셔다가 제 이마 위에 올려주곤 하셨죠. 자다가 눈을 뜨면 늘 머리맡에서 지키고 앉아 계시던 그 투박한 손길이, 이 먼 타국에 와서 아프고 나니 왜 ..

처가 식구들과 첫 식사 자리, 문화 차이 때문에 진땀 흘렸던 하루

베트남 아내와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으로 처가 식구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식사하던 날, 저는 한국에서 가져온 정장을 챙겨 입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근교의 조용한 마을, 처가 댁 마당에 깔린 돗자리를 본 순간 제 계획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명의 친척이 모인 그 자리는 제가 상상했던 정갈한 식당이 아니라, 거대한 '동네 잔치'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훅 끼쳐오는 습한 열기와 함께 왁자지껄한 베트남어가 마당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좌식 문화와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요(Yo)!'가장 먼저 저를 당황하게 만든 건 돗자리 위에 옹기종기 앉아 밥을 먹는 좌식 문화였습니다. 한국도 좌식이 익숙하다지만,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밀착해 앉아 몇 시간 ..

퇴근길, 갑자기 쏟아지는 하노이 비 때문에 멈춰선 10분

방금까지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걸 보니 역시 하노이는 하노이네요. 오토바이를 세우고 근처 건물 처마 밑으로 간신히 몸을 피했습니다. 빗줄기가 얼마나 굵은지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헬멧을 벗고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옆에서 같이 비를 피하던 베트남 청년이 담배 한 대를 권하네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 친구의 무심한 눈빛이 왠지 싫지 않았습니다. 길 건너편 노점상은 익숙한 듯 비닐 천막을 치고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빗소리를 배경 삼아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에게 이 비는 그저 하루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일상일 텐데, 저는 왜 이렇게 마음이 급했나 싶습니다. 젖어버린 운동화를 보니 짜증이 확 올라오다가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를 듣고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