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하노이 미딩 근처의 대형 마트 계산대 앞은 늘 활기가 넘친다. 내 앞줄에 선 외국인 가족은 카트에 수입 치즈와 와인을 가득 담았고, 그 뒤의 베트남 젊은 부부는 아이용 기저귀 대용량 팩을 두 개나 챙겼다. 나는 아내와 함께 카트 손잡이를 잡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담은 건 별거 없었다. 늘 먹는 쌀 5kg 한 포대, 계란 한 판, 아침 대용으로 먹을 우유와 식빵, 그리고 한국산 고추장 작은 것 하나 정도였다. 계산원이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삑, 삑'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고, 화면에 표시되는 숫자는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갔다."250만 동입니다(약 13만 원)." 계산원이 무심하게 건넨 영수증을 받아 드는 순간,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이 유난히 서늘했다. 분명 한국에서 장을..